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중국이 위안화 기준환율을 7.0039위안으로 고시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중국이 위안화 기준환율을 7.0039위안으로 고시했다.

[원데일리=이태겸 기자] 중국이 위안화 기준환율마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7위안'(포치破七)’을 넘어서면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위안화 고시환율이 시장의 예상보다는 낮아 역외에서 달러·위안 환율(CNH)이 하락(위안화 강세)한 영향이다.

누가 독이될까, 약이 될까 이목이 될까,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이후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멈추지 않으면서 양국간 환율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8일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달러 기준환율을 7.0039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전장대비 0.06% 상승(위안화 절하)한 것이다. 기준환율이 7위안을 넘어선 것은 2008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5일 중국 역내와 홍콩 역외 외환시장에서는 이미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섰다. 같은 날 미국은 중국을 25년 만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대응했다.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7위안(포치·破七)를 중국 정부가 용인했다고 본 것이다. 지난 10년간 위안화 환율은 한번도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선 적이 없었다.

인민은행은 환율조작국 지정에도 지난 7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7위안 턱밑까지 올리며 약세를 지속시킨 데 이어, 이날 7위안 선마저 넘겼다.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고시하면 2% 내외로 중국 역내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이 움직이는 만큼, 추가 약세 또한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이로 인해 글로벌 환율 전쟁이 촉발할 우려도 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공식적으로 '포치 시대'를 열면서 '삼위일체 불가능이론'의 영역도 해제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삼위일체 불가능이론이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이 제시한 이론으로, 국가가 △독자적 통화정책 △환율 안정 △자유로운 자본이동 세 가지를 모두 쟁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조치로 중국이 장기적으로는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 피해를 막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고, 7위안 벽이 깨지면서 통화정책의 유연성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안화의 지속적인 약세는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자본 유출 압박이 심해질 수 있어 중국 정부가 이를 통제하는 데 막대한 출혈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민은행은 "환율시장에 개입한 적이 없다"면서도 "7위안은 이제 상징적인 숫자일 뿐 아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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