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동안 증권업계에 몸담았던 한 증권맨 신성호 중앙대 교수이며 전 IBK투자증권 사장. 선물회사 사장, 그는 국내 1세대 애널리스트다. 증권업계에 종사한 36년 가운데 25년을 리서치부서에서 보낸 그는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들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 교수를 통해 청소년들이 알아야 할 미래직업의 변천사에 대해 들어봤다. 전문  

고등학교 2 ~ 3학년 쯤 되면 본인들의 진로에 사념(思念)이 적지 않을 것이다. 비록 체험하진 않았지만 현실 세계에 대해 그간 많이 듣고 엿보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관심은 직업과 진출분야 선택일 것 같다. 이 부문은 소득, 그리고 사회적 신분과 연관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성호 중앙대 교수. 전 IBK 투자증권 대표
신성호 중앙대 교수. 전 IBK 투자증권 대표

그런데 직업과 진출분야 선택에 앞서 긴 안목, 폭 넓은 공부, 강한 의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긴 안목을 거론한 것은 인기분야의 지속기간은 길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1960년대 우리의 주력산업은 목재, 신발, 가발 이었다. 그러던 것이 1970년대는 섬유, 건설, 종합무역상사, 1980년대는 금융업으로 바뀌었다. 또 2000년대는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등의 중공업과 벤처기업 이었고, 2010년대 들어 인기산업은 4차 산업군, 생명공학 등으로 바뀌었다. (1990년대는 두각을 보인 산업이 없었다)물론 주력산업으로 발돋움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에, 이들 각 산업의 성장 기간은 상당히 긴 편이다.

그러나 화려한 주력산업으로써의 달콤함을 맛본 기간은 10여 년에 불과했다. 그 이후 해당산업은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 사례가 조선업이다. 조선업은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엄청난 고용을 창출했고, 많은 급여를 지급했다. 그러나 근간 조선업은 구조조정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앞날도 그리 밝지 않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학생들은 당장의 인기분야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한다.특히 현재 기준 사회활동에서 가장 활달한 연령층은 40대 중반 ~ 50대이다. 즉 학생들은 가장 왕성하게 사회활동 할 30년 후 쯤에 초점을 맞추어 진로를 설계해야 한다. 100세를 목전에 둔 석학 김형석 교수께서는 60 ~ 70대가 인생의 황금기라 했는데, 어찌 보면 40 ~ 50년까지도 고려해서 진출분야를 택하여야 하겠다. 

자격증으로 먹고사는 시대도 마무리 될 것이다. 우선 1980년대 만해도 공인회계사의 사회적 신분은 최상위 계층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공인회계사 자격증에 관심은 극히 적어졌다. 또 2006년에 8,429명이었던 등록 변호사가 2018년 8월에는 2만5천25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포화상태를 넘어 변호사들이 생존경쟁에 시달리게 되었다.

의사도 2008년에 인구 10만 명 당 194명에서 2017년에는 235명으로 늘었다.(한의사, 치과제외) 2015년 기준 의사 숫자가 OECD 평균의 2/3밖에 되지 않아 의사를 더 늘려야 하는 당위성과 원격진료(국내에서 못하면 해외의사에 의뢰), 인공지능과 의약 발전 등을 감안하면 의사의 입지도 점점 좁아질 것이다. 비아그라와 홍삼제품이 호응받자 한의사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 그 사례라 하겠다.

자격증 시대가 지났고, 창의적 사고(思考)의 시대가 도래 한 것인데, 창의성 있는 사업이라면 본인 돈이 없이도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 정부단체 뿐만 아니라 민간단체의 자금지원체계도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헌데 창의성이라 하면 난해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건강 칩이 부착된 나이키의 신발은 엄청난 매출을 기록했다. 창의성은 이처럼 간단한 것에서도 찾아진다. 

그런데 창의적으로 사고하려면 폭 넓게 공부해야 한다. 물론 고등학교 시절에는 일정 교과목에 공부가 집중되겠지만 진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하면 자신의 전공이외 인접 학문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예컨대 전자공학 전공이라도 기계공학 등 이공계통 내 다른 쪽도, 그리고 욕심을 낸다면 경영·경제, 인문학 등도 학습했으면 한다.

폭 넓은 학습을 권하는 것은 앞서 거론했듯이 인기업종이 10년 단위로 빠르게 바뀌고, 근간엔 산업과 제품의 융·복합화 추세 때문이다. 실로 이제는 특정부문 지식만으로는 산업과 경제흐름을 따라잡기 힘겹다. 물론 모든 부문을 정확하게 인지하기는 어렵다. 사실 깊은 지식과 연구는 해당 전문가에 몫이다. 하지만 본인이 해당 분야의 지식을 다소라도 갖고 있어야 각 부문 간 연결고리를 찾아내서 체계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

또 학생들은 난관을 극복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겠다. 김범수, 故 스티브 잡스, 마윈은 고등학생에게도 익숙한 경제계의 큰 인물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시작은 매우 작았다. 맨 주먹 밖에 없는 흑수저 출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 이사회 의장인 김범수는 1998년 한양대 앞 PC방에서 창업했다. 중국의 마윈은 아내, 친구, 제자 등 18명과 자금 50만 위안(8천200만원)으로 1999년 2월 본인이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인터넷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가 알리바바의 전신이다. 애플의 창업자 故 스티브 잡스는 1976년 자신의 집 창고에서 회사를 설립했다. 그런 애플 주식의 시가총액이 이제는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들은 짧은 기간에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는데, 여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역경을 겪었다. 하지만 이들은 창의성과 강한 의지로 난관을 극복했다.

강한 의지의 중요성은 모두가 인지하는 사안이지만, 수명이 길어졌기에 강한 의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의학과 과학이 발달로 인해 지금의 고등학생들은 지금부터 100년 이상 살 것이다. 고등학교 학생 학부모들도 100살을 넘게 살 것인데, 장수(長壽)로 인해 자식이 받을 상속 규모는 적어질 것 같다. 대부분의 부모가 장기간 노후생활에서 재산의 상당량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은 지금도 가계의 여유는 없다. 2017년 현재 40 ~ 49세(고등학교 학부모 연령층) 가구주 가구의 순자산은 평균 3억669만원, 60세 이상 가구주 가계의 순자산은 3억3천393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즉 이 통계 보면 현재 고등학생 부모의 재산이 향후 크게 불어날 것 같지 않다. 특히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의 성장률은 2060년까지 추세적으로 낮아진다. 이는 곧 소득증가율 둔화를 의미한다.

그런데 2015년에 국민연금이 추계한 60대 부부의 적정생활비는 228만원, 70대 부부의 적정 생활비는 201만원이었다. 장수와 생활비를 감안할 때 현재의 재산규모는 노후생활 유지에 턱없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이런 사안은 젊은이들에게 경제의 자력갱생(自力更生), 즉 강한 의지로 사회생활에 임할 것을 요구한다.
정리하면 향후에는 산업과 사회현상은 빠르게 바뀌고, 자격증으로 먹고 살기 힘들어진다. 때문에 폭 넓은 지식을 쌓아 창의성 있는 사안을 다루어야 겠다. 이 과정에서 겪을 역경은 강한 의지로 극복했으면 한다.

                                                         신성호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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