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자립도가 16%대로 열악한 대덕구청이 방송인 김제동 씨에게 강연료 90분에 1550만원을 주고 한남대에서 청소년 대상 토크 콘서트를 열려다 논란이 일자 강연을 취소했다. 하지만 90분 강연료로 1550만원은 보통 강사료의 3배에 달한다. 이는 극히 드문 경우에 속한다. 재정자립도가 16%대로 열악하며, 자체수입으로는 구청 공무원 월급도 주기가 힘든 상황에 아무리 유명 방송인

에게 고액 강연료를, 이는 구민의 혈세를 빨아먹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대전시당은 성명서에서 "김제동이 시간당 775만원을 받을 만큼 대덕구 청소년에 귀감이 되는 인물인가"라면서 "1550만원이면 결식우려 아동급식을 3875번 먹일 수 있는 돈이며,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을 1달간 12명이나 고용할 수 있는 돈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고액 강연료 논란을 보면서 1년 6개월 전 국내 최고의 작가인 소설가 김훈 씨의 북 콘서트를 100만원에 연 사실을 떠올려본다. 두 콘서트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김 작가의 문화예술계 위상이나 명망, 강의 수준 등 자치구 재정상태 등을 감안할 때 최소한의 예산으로 최고의 강사를 보인 유성구와 여기에 15배가 넘는 예산을 지출하려는 대덕구의 처사가 대조를 이룬다.

김훈 작가의 북 콘서트는 당시 ‘희망을 노래하다’라는 주제의 북 토크 50분, 사인회 15분 등 총 65분간 행사를 진행했다.

더욱이 유성구보다 재정자립도가 10%포인트나 낮은 대덕구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하기만 하다.

대덕구의 고액 강연료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함익병, 혜님 스님 강연료로 600~7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해명은 씁쓸함을 넘어 구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대덕구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8월 정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혁신지구교육사업 예산(국비 1억 5000만원)의 일부를 쓰는 것"이라며 주민 살림살이 예산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게 구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대덕구가 할 말인가? 공모사업도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데 국민은 안중에도 없단 말인가. 부디 국민의 세금을 자기 쌈지돈 처럼 허투루, 쉽게 쓰려다가는 망신은 물론 국민적 분노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대덕구는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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