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지수 등락별 추이/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등락별 추이/ 통계청

[원데일리=홍석진 기자]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0.7% 오르는 데 그치며 상승률이 6개월째 0% 대를 이어갔다. 특히 변동성이 큰 요인을 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와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가 상반기 누계 기준 각각 0.8%, 1% 오르는 데 그쳐, 각각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8(2015년=100)로 1년 전보다 0.7% 상승하는데 그쳤다. 소비자 물가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1~6월 누계) 물가상승률은 0.6%로 2015년과 같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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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별로 보면 석유류 가격은 3.2%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14%포인트 끌어내렸다. 지난달 유류세 인하 폭이 절반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세금 인하 효과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전기ㆍ수도ㆍ가스는 지난해보다 1.3% 올라 전체 물가를 0.05%포인트 올렸다. 서비스물가는 1.0% 상승해 전체물가를 0.55%포인트 늘렸다. 집세와 공공서비스 물가는 각각 0.2% 떨어졌다. 공공서비스 물가 하락은 무상급식 확대, 무상교복 지급, 일부 지역 고등학교 무상교육 시행 등 복지 정책 효과가 크다. 다만 외식물가는 1.9% 올라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농ㆍ축ㆍ수산물은 작년 6월보다 1.8% 상승해 전체물가를 0.13%포인트 끌어올렸다. 다만 채소류가 2.5%, 수산물은 0.9% 떨어져 각각 0.03%포인트와 0.01%포인트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서비스물가가 낮은 상승률을 보였고 석유류도 작년 대비 국제유가 하락이 이어지고 유류세 인하 요인도 있어서 하락세가 지속됐다”며 “소비가 부진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쳐서 1%대 미만의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물가상승률이 연 0%대로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한국은행에서도 물가상승률이 올해 0%대로 하락할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연 단위로 물가상승률이 0%대를 기록했던 것은 외환위기로 국가 경제가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던 1999년(0.8%)와 유가 폭락 여파로 물가상승률이 0.7%를 기록했던 2015년 두 해뿐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보는 분석도 나온다. 디플레이션은 단순 저물가가 아니라 ‘경기 침체와 맞물린’ 지속적인 물가 상승 둔화를 의미한다. 이미 한국 경제는 생산ㆍ투자ㆍ소비가 줄면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3% 하락했고, 수출도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가 하강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부동산 같은 자산가격까지 내려가면 소비 위축이 심화하면서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저물가를 지속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수요 부진을 지목하며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준(準)디플레이션’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은행은 “디플레이션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최근 저물가는 일부 품목에서 나타난 가격 하락에 따른 것으로 전방위적인 가격 하락으로 번지는 디플레이션 현상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저유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무상급식 시행 등 복지정책적 요인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만큼 ‘일시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DVI)를 산출해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DVI가 2015년 이후 최근까지도 계속 0.2를 밑돌고 있다”며 “이는 디플레이션 위험도가 ‘매우 낮음’ 단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핵심 관계자도 “저물가 상황이 지속하고 있는 것일 뿐 디플레이션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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