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7%' 전망에서 6개월만에 0.2%p 하향조정
소독주도성장 실패 논란 방어 수단

[원데일리=이태겸 기자] 정부가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2.4~2.5%로 또 낮췄다. 하지만 수출이 7개월째 (-)대를 이어가고 있고 생산·투자 및 반도체, 설비 부진에 따른 것이다. 다른 신용평가사들은 2% 초반까지 하양 조정하는 상황에도 정부는 2.6~2.7%를 고집했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는 경기 상승 효과로 이어져 2% 중반대를 기록 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에는 2.6%로 성장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심의, 확정했다.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도 최근 수출 부진 등으로 당초 640억달러에서 605달러로 낮춰잡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6%에서 0.9%대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취업자 증가폭도 당초 15만명에서 20만명으로 높여잡았다. 60세 이상 고령 층과 주 17시간 단기간 일자리 위주 증가로 취업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제 현실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성장 눈높이를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9개 신용평가기관 및 은행들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5월 말 기준)은 2.3%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달 18일 경제전망을 발표한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낮추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5%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무디스, S&P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 꼽히는 피치는 지난달 19일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0%로 대폭 낮췄다. 무디스(2.1%), S&P(2.3%)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발표된 경기지표 흐름을 볼 때 올해 2.5%에 가까운 성장률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0.4%)를 감안할 때 2.5% 수준의 성장률 달성을 위해서는 2분기(4~6월) 성장률이 1.5%(전기비) 가량은 나와야 한다.

그러나 5월 생산, 투자 지표가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6월 수출이 41개월만에 가장 부진한 1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2분기 성장률은 1.0% 안팎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연간 성장률은 2.0~2.3% 수준을 벗어날 수 없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2분기에 전기비 1.2% 성장해야 연간으로 2.4% 성장률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2%초반 성장을 가리키고 있지만, 정부는 막연한 정책 효과 기대감만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러한 정책 발표에 정책을 통한 부양효과가 경기하방압력을 이겨내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제시된 재정, 세제지원안 정도로는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서 "6조7000억원 규모 추경안도 국회 계류 기간이 길어지면서 돈을 쓸 수 있는 기간이 줄었기 때문에 경기진작 효과가 당초 기대한 0.1%p(포인트)에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통령 코드 맞추기’ 용 경제전망을 고집한다고 비판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주년 대담에서 2.5% 이상 경제성장률 뿐만 아니라 연간 취업자수 전망치를 15만명에서 20만명으로 올릴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번 수정 경제전망에서 그대로 반영됐다. 정부가 시장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경제 전망이 아니라,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 실패 논란을 방어하기 위한 전망를 내놨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 전망은 시장과 경제인식을 공유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인데, 이번 정부의 정책 방향에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으로 국민들에게 호도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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