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데일리=이태겸 기자]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취소결정으로 정치권이 후푹풍을 맞고 있다.

앞서 전주 상산고의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취소결정으로 한차례 들썩였던 정치권이 이번에는 서울지역 '자사고로 옮겨붙었다.

서울시교육청이 9일 올해 서울 지역 평가대상 자사고 13개교 가운데 8개교의 지정취소 절차를 진행면서 여야 대치 구도를 형성하는 모양세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회적 파장이 크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교육문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내년 제21대 총선이 10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교육 이슈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 속단할 수 없는 만큼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현 정부와 교육 당국이 이념에 따라 '자사고 죽이기'를 밀어붙이며 대한민국 교육을 하향 평준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파국으로 치닫는 문재인 정권의 자사고 죽이기가 대한민국 교육에 조종을 울렸다"며 "교육계에 또다시 좌파교육의 바람이 휘몰아친 데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이전 상산고 사태의 여파까지 겹쳐 학부모들은 진정 옥석을 가려내고 있는지, 공정하게 평가한 게 맞는지 묻고 있다"며 "학부모들에게 투명한 교육의 눈이 아니라 색안경이 보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와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자사고 재지정 평가 관련 기회견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및 자사고 폐지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다만 이재정 대변인 명의 구두 논평으로 "결과를 존중한다"는 입장만 내놓았을 뿐이다.

이와 관련해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10일 "서울시교육청에서 판단한 것이고 문제가 있다면 해당 고교가 재심을 신청해 교육부가 판단할 문제"라면서 "굳이 논평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이 문제는 교육청이 알아서 판단했을 것이고, 이미 자사고가 출범할 때부터 제도적으로 설계됐던 것으로 이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게 문제"라며 "전체 학교의 1.7%에 불과한 자사고의 문제가 마치 전체 교육 현장의 문제처럼 호도되는 것도 적절치는 않다고 본다"고 했다.

교육 문제에 정치권이 직접 개입하거나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뉘앙스로 정치권에서 확대·재생산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상산고와 이번 서울 지역 자사고의 문제는 카테고리가 다르다"며 "이번에 지정 취소 평가를 받은 자사고 중 6~7개교는 5년 전 평가에서도 사실상 취소 평가를 받았지만 이를 유예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가 정당하고 공정했는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며 "원칙적으로 문제 있는 자사고, 평가에 충족되지 못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은 당이 가진 견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여당의 반응이 앞서 전주 상산고 재지정 취소 평가에서 나타난 당내의 문제 제기와 맞닿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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