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데일리=홍석진 기자] 미국의 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참여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하는 파장이 잃고 있다. 이는 한·미·일 안보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되지만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로 한일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주한미군사령부는 10일 발간한 ‘주한미군 2019 전략 다이제스트’에서 유엔사가 유사시 일본과 전력 지원 협력을 하겠다고 명시했다. 전략 다이제스트는 “유엔군사령부는 정전협정을 확고하게 유지하면서 정보공유, 상호운용성, 통합훈련 및 전략 기회를 강화하기 위해 유엔 전력제공국 및 같은 의견을 지닌 국제 파트너들과의 연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의견을 지닌 국제 파트너는 일본과 독일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엔사는 한국, 미국, 호주, 벨기에, 캐나다, 콜롬비아, 덴마크,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터키, 영국 등 18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유엔 전력제공국으로 불리는 이들 국가는 유사시 유엔기를 달고 한반도에 투입된다. 일본이 포함될 경우 자위대가 유엔기를 달고 한국에 투입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와 유엔사는 “원문 내용이 잘못 번역됐다”며 즉각 해명에 나섰다. 일본 자위대의 직접 지원을 받는 게 아니라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로부터 간접 지원을 받는다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유엔사도 이날 밤 공식자료를 내고 “일본을 전력제공국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에 전력제공국을 제안하지도 않았고, 일본이 이를 먼저 요청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군 안팎에선 그러나 유엔사가 협력국 확대와 일본의 참여를 검토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군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추진 중인 방안은 일본 주한무관을 유엔사 협력관으로 두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일본에 유엔사 후방기지 7개가 있으니 한·미 작전지역 밖에선 일본에 맡기자는 취지”라며 “미국이 이를 통해 한·미·일 안보동맹을 강화하려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략 다이제스트는 특히 유엔사를 소개하는 대목에서 “유엔군사령부는 감사 및 조사, 감시, 정전협정 교육, 비무장지대 접근 통제, 외국 고위인사 방문 통지 및 지원 임무를 강화하기 위해 유엔 전력제공국의 병력 증원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며 “유엔사는 위기시 필요한 일본과의 지원 및 전력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일본의 지원과 전력 협력을 명시했다. 주한미군사령부가 매년 발간하는 전략 다이제스트에 이 같은 문구가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당사자인 한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현실화될 수 없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게 지배적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의 유엔사 전력제공기능을 발전시키려는 구상의 일환으로 방향성 자체가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며 “원칙적으로 한국 주권에 달린 문제이고 한국의 동의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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