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고, 느끼고...
대전청란여고 문학동아리 '해밀'
인문학적 감성과 작가 꿈 키워
냉정한 합평회 통해 눈부신 성장
각종 백일장에서 좋은 성적 거둬

뿌리 백일장에서 부원 강황빈(좌),박지윤,명예림(우)학생의 모습

 [고딩럽=이재희기자]  가을 하면 독서의 계절이 생각난다...

글만이 가진, 그 특유의 호흡이 좋다. 엿가락처럼 늘여도 좋고 칼처럼 잘라도 좋다. 하지만 때론 글이 가진 한계가 분명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자신이 부족해서라고 위안 삼지만 그 위안으로도 다 포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텍스트로 표현하기 어렵거나 텍스트보다 훨씬 살아 숨 쉬는 것과 비교해야 할 때 특히 그렇다.

바로 문학이 그렇다. 여기 비가 온 뒤에 맑게 갠 하늘이란 뜻을 가진 청란여고 문학동아리인 해밀이 있다. 1998년에 창립한 해밀은 오랜 역사만큼, 많은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꿈 많은 소녀들과 이 가을과 딱 들어맞는 해밀의 문턱을 조심스레 넘어봤다.

종이와 펜 사용이 자꾸 사라지고 있어 아쉬워요.” 해밀의 부원 강황빈 학생의 말처럼 컴퓨터나 핸드폰 사용은 빠른 정보력과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과학의 발달은 얻는 것도 많지만 잃는 것도 많다. 황빈양은 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감성적인 손글씨가 사라져 가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녀는 명랑하고 붙임성 있는 성격이지만, 예전에는 소심한 성격으로 발표도 잘 못 했는데,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성격이 밝아졌다고 한다. 그녀는 중학교 때부터 글쓰기를 취미로 해왔고, 꿈이 자주 바뀌긴 하지만, 지금은 에세이 작가가 되는 게 꿈이다. 그녀는 세상에 쉬운 직업은 없다고 생각해요. 돈도 중요하고 편안한 직업도 좋겠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어요라며 본인 생각을 주저 없이 표현했다.

해밀은 문철호 교사의 보살핌으로, 회장 김예든 학생 외 총 12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각박하고 메마른 사회에 인문학적 감성을 다시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20년 전 설립됐다.

문 교사는 각 학교의 문학동아리가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만 지나친 입시 과열로 지금은 많은 학교의 문학동아리 활동이 침체기에 빠진 실정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청란여고는 해밀을 통해 창작하고 합평회를 가져 문학적 감수성과 감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회장 김예든 양은 기억에 남는 일을 첫 합평회 때로 꼽았다. “상대를 평가한다는 것에 대해 서로 조심하며 주저하고 있을 때 문 선생님이 꼼꼼하게 합평을 해 주신 것이 생각나요. 합평회를 통해 타인의 작품에서 내가 얻을 것도 있고, 내 작품도 발전할 수 있다는 걸 알았죠.” 그녀는 문 교사가 합평회를 통해 아이들끼리 서로 상처받지 않게 잘 이해시켜줬다는 이야기도 전해줬다.

음악을 좋아하는 예든 양은 책 읽는 것도 좋아해서 해밀에 가입하게 됐는데, 동아리에 들어와 글을 쓰면서 작사가의 꿈을 갖게 됐다. “글이 늘 때마다 뿌듯함이 생겨요. 제가 자존감이 부족해서 우울하고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문학을 통해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이를 통해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을 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해밀은 대덕백일장 2016년 운문, 2017년 산문 대회 대상 한밭백일장 2014 ~ 2017년 대회 금상 수상 뿌리백일장 2014 ~ 2018년 연속 최고 등위 금상 우암백일장 2014, 2015, 2018년 대상 대전사랑글짓기 공모전 2013 ~ 2018년 금상 ‘3.8학생백일장’ 2013, 2014, 2016년 대상을 수상했다.

문 교사는 우린 끊임없는 과학발전으로 미래는 인공지능 로봇에 밀려 우리가 서야 할 곳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감정과 창의성을 잘 발휘하면 로봇과 달리 더 가치 있는 존재로 부각 될 것이라 믿어요. 청란여고는 미래에 가치 있는 인재로 성장시키기 위해 독서를 통해 사고력을 확장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소통 능력을 키울 수 있게 지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휴일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대회장 곳곳을 다니는 수고로움을 잊고, 꿈 많은 청소년기에 읽고, 생각하고, 쓰고, 말하는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도와주는 청란여고 선생님들의 감사한 모습에 저절로 고개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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