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율정 대전현충원 원장
권율정 대전현충원 원장

내일의 주역이 될 고등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 넣어 줄 ‘고딩럽’ 창간을 축하합니다. 막상 창간호에 실릴 글을 부탁받고 난 뒤에 적지 않게 고민했습니다. 무슨 글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 줄 수 있을지 지금 이 순간도 걱정이 됩니다.

저로서 지금 고등학생들과는 대략 40여년의 선배 입장에서 담담하게 평소에 느낀 바를 적어 보겠습니다.

제가 공직 생활을 하면서 보훈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서, 그리고 이곳 현충원에서 제 자신의 공직생활의 최고로 보람된 생활을 하면서 특히 ‘역사’에 심취하였습니다. 역사는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나간 사람들이 한 결과물입니다. 지금도 진행을 하고 있고 또한 앞으로도 행할 일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역사란 인식은 하지 못했지만 그와 비슷한 경험담을 먼저 언급하겠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적어도 지난 선배들 보다는 뭔가 그래도 더 새롭고 어려운 것을 배우겠지 하면서 지냈는데, 저보다 7년 선배인 누님이 봤던 영어 문제집을 우연히 보면서 저의 그러한 생각은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그 문제는 제가 당시에 봤던 문제와 난이도에 있어서 전혀 차이가 없었고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점을 보면서 ‘공부는 역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며 부단한 노력의 산물’ 임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는 저 자신에게 공부와 관련하여 겸손하게 만들어 준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결국 역사 속에서 보면 배울 점이 적지 않게 많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현재 디지털 혁명 속에서 실시간 정보가 유통되고 접근한다고 하지만 선현들의 말씀과 행동 속에서 배울 점이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저는 역사적 접근을 다음과 같은 식으로 접근합니다.

첫째로 존중하는 역사와 긍정적 가치관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대접을 받고 싶거든 남을 대접하라는 점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면서 자신이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역사를 보면 그런 점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작은 조직, 즉 기관, 단체, 학교 등에서도 보면 그 조직의 장이 바뀌면 그 이전에 했던 일 등이 무시되고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습니다. 가급적 존중해 주면서 전향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둘째로 문제가 있는 점은 극복하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문제를 문제시하면 부정의 연속이 되기 쉽고 보복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 대안을 제시하는 성숙한 의식이 요구됩니다.

셋째로는 균형감각이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치고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사람이 아니고 신일 것입니다. 극단적 시각은 결국 대립과 갈등을 심화시킵니다.

글쎄요. 저도 이렇게 강조하면서도 실천은 부족합니다. 제 자신도 현충원에서 공직 생활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근무하고 가장 보람을 갖고 임하면서 그래도 너무도 다행인 점은 아직도 매일 매일이 마치 처음 근무하는 것처럼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서 항상 현충원의 기본과 원칙, 화려한 말보다는 실천과 행동, 제가 한 일에 대해서는 역사적 책임 의식을 갖고 임하려고 합니다.

학생 여러분! 글로벌 시대에 여러분의 경쟁 상대는 세계입니다. 여러분의 실력을 키우세요. 우리가 지난 세기에 나라를 빼앗기고 같은 민족끼리 전쟁을 했던 원인을 한 마디로 규정하면 ‘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제가 앞서서 ‘실천과 행동’ 을 강조했지요. 한 가지 실제적 사례로 언급할게요. 우리 현충원을 방문해 주는 여러분을 위해서 항상 쓰레기 하나 없는 곳으로 만들려고 나름대로 노력해 봅니다. 그런데도 현실은 적지 않게 담배꽁초부터 여러 쓰레기들이 많아요. 여러분도 일본 많이 다녀왔지요. 이구동성으로 ‘일본 거리가 너무도 깨끗하다’ 라고 합니다. 저도 우리 현충원을 일본의 어느 공원 또는 국립묘지 보다 더 깨끗한 곳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학생 여러분도 일본의 어느 학교보다 여러분의 학교와 주변을 더 깨끗하게 하고, 일본 학생 보다 더 예의범절 등 에티켓을 지키고 실력을 쌓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더 보장될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저는 평소에도 여러분 같은 학생들이 우리 국립대전현충원이 최고의 VIP라고 강조합니다. 통일 시대의 주역이 될 학생들이 꿈을 키워 실현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저작권자 © 원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