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에는 1000콜 이상 밀렸습니다. 쉬지 않고 받아도 대리운전 콜을 다 소화하기 어려웠습니다. 컴퓨터 전산 프로그램이 버벅댈 정도였으니까요. 오늘은 200콜 정도 밀려있는데 한가한 편이네요"(대전의 A 대리운전 업체 관계자)

대전 서구 탄방동에 위치한 한 콜센터를 지난 12일 찾았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문화가 형성되면서 연말 송년회의 풍토가 변하고 있는 가운데, 대리운전 업계가 체감하는 정도를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콜센터 내부를 살펴보니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직원들이 쓰고 있는 책상보다 빈 책상이 더 많았다. 어림짐작으로 열손가락은 충분히 넘겼다. 이날 출근한 직원은 12명으로 재택근무까지 합치면 23명이다. 작년 연말에는 30~40명 정도가 근무를 했다. 1년 사이에 대리운전기사를 요청하는 고객이 줄었기 때문에 상담원 규모도 덩달아 축소된 것이다.

"감사합니다. ○○대리운전입니다. 어디 계세요?" 상담원 박모씨(29)는 헤드셋을 끼고 고객을 응대했다. '콜마너'라고 부르는 전산프로그램을 키고 고객의 위치 정보를 입력했다. 그는 접수창을 띄우고 출발지에 대흥동 먹자골목의 한 술집 좌표를 찍었다. 도착지는 용문동. "만원에 모시겠습니다" 몇 마디 고객이랑 주고 받으면 짧게는 십여초만에 한 콜이 끝난다. 이런 식으로 보통 한시간에 평균 50콜 정도를 소화한다. 성수기인 연말인 경우엔 100콜을 넘게 받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1년 넘게 근무한 신모씨(28)는 이날 9시부터 10시까지 총 55콜을 받았다. 그는 "작년 연말에 평균적을 시간당 80콜에서 100콜 가까이 땡겼는데 올해는 절반 수준"이라며 "다음주 정도에는 지금보다 더 바빠질 것 같긴한데 연장근무를 할 정도는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피크타임은 오후 9시부터 새벽 1시까지다.

콜센터에 전화가 오면 벨소리는 나지 않고 전화기에 빨간불이 깜빡거린다. '당겨받기' 버튼을 누르면 고객과 통화 연결이 된다. 밤 12시가 넘자 전화기 불빛이 드문드문 들어온다. 고객과 통화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탁탁탁" 당겨받기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파티션이 쳐진 책상을 넘어 여기저기서 들렸다. 밤 12시 30분에는 상담원 4명이 퇴근해 인원이 줄었는데도 사무실은 여전히 조용한 편이었다.

한편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최근 직장인 31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매일 보는 사이에 연말 모임은 꼭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직장인이 61.5%에 달했다. '직장 송년회 생략'을 원하는 직장인은 17.1%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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