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과목을 선택하는 고교학점제는 학종비교과와 차이 없어져
고교학점제 도입 전 내신 절대평가 도입, 자사고 폐지가 우선

2025년으로 예정되어있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 대학 입시에서 내신 중심의 학생부교과전형은 폐지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안상진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은 8일 오후 3시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개최한 '현 정부의 고교교육 혁신 방안인 고교학점제의 필요성을 재조명한다'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안 보좌관은 "오늘 발제는 서울시교육청 입장과 무관한 개인의 입장"을 전제로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학생부교과전형을 운영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부교과전형이 운영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과목 차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어느 학교에 다니든 국·영·수 주요 교과에서 거의 같은 과목을 이수해 성적으로 줄세우기가 쉬웠지만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이 각자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기 때문에 점수를 일괄적으로 매기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데 질적인 부분이 강조되면 학생부교과전형은 사실상 학생부종합전형과 차이가 없어진다"며 "교육부가 비교과를 줄이고 교과 비중을 높인다고 했는데, 둘을 구분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라고 했다.  

그는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기에 앞서 내신에서 성취평가(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하고 학년 단위로 평가하는 체계를 교사별 평가로 바꿔야 한다"며 "학생들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게 제도 취지라서 상대평가 방식으로 일괄 평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한 내신에서 성취평가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자율형사립고 등을 먼저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율형사립고가 우수 학생을 독점하는 구조에서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고교서열화가 더 악화될 것"이라며 "일반고 전환 시점도 2025년까지라 정책이 바뀔 수 있어 부정적인 상황"이라는 우려를 보였다. 

또 "수능의 영향력을 줄여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최소한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걷어내야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 보좌관은 고교학점제가 대학 입시에 내몰린 교육과정의 파행을 해소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 현상은 학년에 따라 심각해지고 있으며 3 교실은 그 절정"이라며 "고교학점제로 기대되는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고교교육의 개선이다"고 했다. 또한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학교 속에서 과정 중심의 수행평가와 논·서술형 평가도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보좌관은 이날 '고교학점제 정책 전반을 돌아본다'를 주제로 발제를 맡아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해 필요한 정책적 보완책을 소개했다. 이어 조상식 동국대 교수(교육학과), 주주자 경기도용인교육지원청 장학사, 최지연 전북교육청 장학관이 발제에 나서 고교학점제의 이론적 토대를 제시했다. 

'사걱세'은 고교학점제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연속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 토론회는 오는 15일 국회에서 '고교학점제 추진 과정 진단 및 보완책'을 주제로 열린다. 

안상진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가운데)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연속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제공-
안상진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가운데)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연속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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