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달 17일 2022년 대입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은 대학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는 큰 쟁점이 아니기 때문에 개편방안 확정 이후에도 논란은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논란거리가 있다. 앞서 연세대가 2020년 정시확대를 가장 먼저 결정함으로써 교육부의 요구에 화답한 것을 언급한 바 있는데, 연세대는 정시확대와 함께 수능최저학력기준 적용을 2020년부터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또한 교육부의 요구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연세대는 수능최저학력기준 자체를 폐지함으로써 3% 남짓 되는 정시확대 효과를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수시에서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함으로써 수시로 대입을 준비하는 영재학교, 특목고, 자사고 출신들을 끌어들임으로서 정시확대로 수시확대를 보완할 수 있게 됐다. 연세대의 2019년 입시요강을 보면, 자연계열의 수능최저기준이 국어, 수학, 탐구(2과목) 등 총 4개과목의 등급합 8등급을 요구하는 반면, 의대(의, 치의)는 4과목 중 3개 과목 이상 각 1등급을 요구한다. 영재학교, 과학고 출신에게는 수학과 과학(2과목) 1등급이면 국어는 최하등급을 받아도 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기준은 영재학교, 과학고, 자사고 출신들 다수가 연세대 의대지원을 가능하게 한다. 이제 이 기준마저 폐지함으로써 연세대는 편법을 동원하지 않아도 영재고, 과학고, 자사고 출신을 다수 선발할 수 있게 됐다.

교사추천서를 폐지한 것은 장단점이 있다. 학생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교사가 거짓 없이 학생을 추천하는 것은 학종에서 가장 의미 있는 항목일 수 있지만 이를 폐지하자는 그간의 논의에 대해 대해 교사들이 크게 반발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교사들은 학생 수가 많아서 업무에 부담될 수 있지만, 자신의 제자가 대학에 진학하는 과정에 스승으로서 추천서를 쓰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인가? 한편, 추천서가 교사들의 권력으로 작용할 소지에 대한 문제제기로서 이를 폐지한다는 이유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은 전적으로 교사들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교사 추천서 폐지는 영재고, 과학고 출신의 진학통제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영재고, 과학고는 의대진학시 추천서를 써주지 않는 방법으로 의대진학을 통제해왔는데 이를 학생부기재서류에서 폐지할 경우 이들 출신의 의대진학을 막을 수 없다. 교육부는 제도적으로 이들의 의대진학을 권장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이는 2022년대입개편 주요내요 중 최악의 결정이다.

2022년 대입개편은 기존 대입제도가 안고 있은 수많은 폐해를 그대로 두면서 특목고 등의 최상위 대학 독점진학을 부채질하는 내용으로 정리됐다.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해서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결론이다. 대입제도만으로 교육문제가 해결될 수 없지만, 공정성을 살리고, 소수 부유층에게만 유리한 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옳다. 정시확대론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논의다. 학종이 가진 장점 이상으로 폐해가 드러난다면 이를 존속하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고교현장에서 학력이 우수하고 경제력이 있는 학생은 수능으로도 학종으로도 상위권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은 학력이 우수하나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학생들은 수능에 비해 학종으로 상위권 대학 진학이 불리한 것이 현실이다. 이를 어찌 공정한 경쟁이라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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