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변신이 눈부시다

우리의 전통 국악이 새로운 전기(轉機)를 맞고 있다. 한류문화를 타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이제 우리만 듣고 즐기는 국악이 아니라 푸른 눈의 외국인들이 국악에 관심을 넘어 창작 공모에 참여하는 변화가 그것이다. 이처럼 국악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단체가 경기도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최상화)이다. 지난 4월 국제공모를 통해 악기와 기보(記譜

탁계석 비평가협회회장
탁계석 비평가협회회장

法)에 대한 해설서를 주며 국악 창작의 벽을 허문 것이다.

우리가 전 세계를 향해 그녕 우리 전통을 일방적으로 알리는 차원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새로운 세계음악을 함께 만들어 감으로서 우리 위상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공모 결과 모두 스물 두명의 작곡가의 작품 가운데서 최종 선정된 여섯 작품이 오는 11월 17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이번 국제음악공모 콘서트는 ‘케이 오케스트라 첼린지(K-Orchestra Challenge)’란 이름으로 개최된다. 그러니까 K-pop, K-art, k-food 등의 K-브랜드로 국악관현악단을 외국인들에게 쉽게 알리려는 목적에서 만든 네이밍이다. 이번 케이 오케스트라 첼린지는 작곡가가 본인의 곡을 직접 청중들에게 설명하고,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으며, 자신이 선택한 협연자와 함께 연주하는 특징이 있다. 작곡가에게 최대의 자율과 권한을 주어 창작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배려다,

성남아트센터에서 외국인 작곡가의 작품 첫 선보여

여기에 하와이대학 교수인 작곡가 토마스 오스본(Thomas Osborne)과 작곡가 도날드 워맥(Donald Womack) , 한국 작곡가 김대성 , 작곡가 송정, 라재혁, 송양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는 참으로 국악으로서는 충격적인 변화이고 이들이 만든 요리에 대한 객석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일상에서 벗어나 창조성이 발화되는 관현악의 세계를 접한다면 생활의 권태로움이나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다.

예술이 아무리 도처에 넘쳐도 수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시(詩)가 붙어 있어도, 집 가까이에 문화회관이 있어도, 야외에 멋진 미술관이 있어도 일생 들리지 않는다면 위안과 즐거움을 느낄 수가 없다. 때문에 무엇보다 어려서부터의 체험이 중요하고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일생을 지배한다,

체험과 습관을 통해 예술의 일상화 가능

전쟁 직후의 기성세대들은 국악을 정규 과정에서 배우지 못하고 자라서 가까이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직장인들 역시 일이 바빠 음악회에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주 5일제 등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고 뭔가 악기 하나라도 배우려는 욕구가 늘면서 요즈음에는 동호인 문화가 급성장하고 있다. 어떠한 경우든 편견없이 새 것을 수용하려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겠는가. 국악이 새 단장을 하고 이런 것들을 보고 더 많은 국악의 외국 작곡가들이 나선다면 우리만의 국악이 아닌 세계의 국악이 될 것이다.

이는 비단 국악뿐만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늘고 있는 세종학당을 통해 우리 가곡이나 민요 등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스포츠에서 태권도가 확산되어 국위선양은 물론 체육인들의 해외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온 사례는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우선은 K-POP 아카데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지만 앞으로 자연스럽게 한류의 전반으로 이어질 것은 분명하다. 같은 예로 한국 음식점의 확산은 물론 화장품 등에서도 강세를 보여 예전에는 감히 꿈도 꾸지 못했던 최고의 브랜드들이 거꾸로 한국 상품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격세지감이다.

따라서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싸울 것이 아니라 새 시장에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가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고 한류문화의 큰 흐름에서 각 부분이 전문성을 발휘할 때 가능하다.

우리가 서양음악에서 130년 넘게 배워온 것에 비로써 누군가에게 우리의 것을 가르쳐 주고 깊은 문화적 전통을 전달할 수 있다면 우리 민족의 타고난 예술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곧 이 한 해도 저물고 내년이면 3,1절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오랜 일제의 지배하에서 우리의 전통말살 정책에 국악인 천대받아왔다. 이제야 말로 왜곡된 역사의 압박과 그늘에서 활짝 날개를 펼치는 세상이 오고 있지 않은가. 날아라 국악, 더 높이 더 멀리~ 얼쑤 신명의 가락이 세계에 울려퍼지는 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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