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세계적인 예술 강국이다.

그냥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정책을 집행하고 있는데 차이가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러시아 야쿠티아국립음악원은 만7세부터 대학원까지(16년 과정) 전 학생이

학교에서 숙식을 하면서 하루 최소 4시간씩 의무적으로 연습을 해야 하는 음악전문학교다.

노태철 야쿠티아 국립음악원 부총장
노태철 야쿠티아 국립음악원 부총장

학비와 숙식은 무료이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음악을 가르친다. 러시아의 음악수준이 세계적인 배경에는 정부 주도의 이런 시스템 덕분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바이올린 파트가 강한 데는 유능한 바이올린 교수 덕분이다. 71세의 스타니슬라브교수는 새벽 6시에 기상, 아침부터 제자들을 한방으로 모아서 함께 연습시킨다. 게으르거나 실력이 부족한 학생은 방에 넣어서 하루 종일 될 때까지 완성시킨다.

좋은 교수의 열정과 학생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 느끼고 있다.

야쿠티아의 모든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악기를 배우거나 합창단에서 노래를 해야 한다. 소련 공산주의 시대 때, 러시아의 예술수준은 가히 세계최고를 자랑했다. 모스크바는 물론이고 지방 소도시의 오페라극장들까지 세계적인 수준을 갖추게 됐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정치권 수뇌부의 예술에 대한 관심과 잘 짜여진 예술정책 덕분이다.

공산주의 시대는 시베리아 산골 음악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이나 예술가의 월급이 수도 모스카바보다 약 2~3배 많았다. 지금의 한국처럼 가산점을 더 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월급을 몇 배로 올려주었다.

예를 들어서 모스크바가 1이면 수도에서 떨어질수록 거리에 따라서 혜택을 몇 배로 늘여갔기에 빨리 출세하고픈 유능한 젊은이들이 스스로 산골로 찾아들어가서 수준을 높였다. 돈 벌고 돌아가려했는데, 결혼을 하거나 그곳이 좋아서 남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때는 러시아의 물가가 동일했고 수도에서 공부한 우수한 선생이 시골로 가서 표준어로 가르치다보니 전 러시아에 사투리가 없었다고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야쿠티아 국립오페라극장은 기본 월급에 시베리아 수당이 붙는데 4년에 걸쳐서 매년 15프로 가량씩 올라간다. 만일 도시보다 열악한 오지로 들어갈수록 각종 수당은 늘어난다.

약 30년 전에 러시아 남부 스탈린그라드에서 오케스트라를 만들 때 “오디션에 합격하는 순간 집을 한 채씩” 주었다, 당연히 전 러시아 최고의 젊은 음악가들이 몰려들었다.

최근에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블라디보스톡의 마린스키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 역시 창단 당시 블라디보스톡 필하모니 단원들보다 5배 많은 월급을 제시하자 전 러시아에서 좋은 단원들이 극동으로 몰려들었고 지금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오페라극장이 되었다.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의 수리비가 1조였다면 믿겠는가? 이것이 러시아의 예술수준이다. 러시아 사람들이 가장 추구하는 것은 돈이 아니고 교양 있는 문화인이다.

인구 100만의 야쿠티아 공화국에는 78개의 음악학교가 있는데 모두 무료로 교육시킨다. 인구 33만의 소도시(?)에 정부에서 월급을 받는 국립 단체만 10개 이상이 있다,

나는 물질적으로 세상을 풍요하게 만들기 위해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나 역시 그분들의 정신적인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 행복한 것은 돈이 많은 곳이 아니라 정신적인 행복이 가득한 곳임을 수시로 경험한다. 독일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낭만적인 삶은 돈 많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행복은 눈에 보이는 큰 것이 아니라 마음을 설레게 하는 자그마한 속삭임이다.

온갖 아름답고 꿈같은 세계가 펼쳐지는 예술 속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아보자. 행복은 정치가나 법관이나 경제인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가 완성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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