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5일, 수학능력시험이 끝이 났습니다. 이날 하루 대한민국은 모두 숨죽였고 학부모, 선생님들은 수험생 여러분들을 응원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몸은 직장에, 가정에

있었지만 수시로 뉴스를 찾아보느라 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을 겁니다. ‘컨디션은 괜

오덕성 충남대 총장
오덕성 충남대 총장

찮을까’, ‘시험장이 춥지는 않을까’, ‘점심은 잘 먹었을까’....... 마음만은 고사장에 있는 여러분과 함께였을 것입니다.

그 시간 학교에서 계셨던 선생님들의 마음도 시커멓게 타 들어갔겠지요.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는 문제를 접하며 수험생보다 더 떨리는 마음으로 문제를 풀었을 겁니다.‘ 행여나 놓친 부분은 없을까’, ‘문제의 함정은 피해갔을까’,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았을까’......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60만명 보다 많은 부모님, 선생님, 친지들 모두가 수험생의 마음으로 시험을 치러냈습니다. 그렇게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습니다.

두 팔 벌려 안아주고 싶습니다. 꼭 안은 채로 등을 토닥이며 “그 동안 수고했어”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겪어야하는 일’이라는 대학의 관문 앞에 도달하기까지 10년 넘게 이어지는 초.중.고등학교의 과정은 10대들이 감당하기에는 가혹하고 처연하기까지 한 도전이었습니다. 저마다의 개성만큼이나 하고 싶은 일 많고, 꿈도 많은 청소년들에게 대학입시라는 단 하나의 목표점을 제시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웠을 겁니다.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 기나긴 터널을 통과했다는 것만으로도 수험생 여러분은 인생에서 가장 값진 도전에 성공한 것입니다.

60만 수험생 여러분, 참으로 긴 터널을 지나왔습니다. 하지만 수능이 마무리되고 대학에 합격하는 것으로 여러분들의 도전과 배움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수능을 치른 수험생 모두의 목표 역시 대학 입학은 아닐 수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기나긴 여정의 첫 번째 체크 포인트를 지났을 뿐입니다. 더 중요한 점은 기나긴 터널을 지나 드디어 날개를 펼칠 도약의 때를 맞이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경험하는 모든 것, 여러분이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은 저마다의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물론 배워야 할 것은 더 많습니다. 대학은 오랜 시간 인류가 진보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학의 효시는 12세기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과 프랑스 파리 대학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고등교육기관이라는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면 기원전 4세기 플라톤이 세운 ‘아카데미아’, 기원전 2세기 중국 한무제의 ‘태학’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깊습니다. 대학, ‘university’라는 단어에는 우주(universe), 전 인류라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대학이 바로 우주, 세상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무한한 지혜의 공간입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로 대변되는 앞으로의 사회 변혁 역시 대학이 이끌어야 합니다. 대학이라는 공간은 지식을 습득하고 개인의 장래를 위한 자기계발의 그치지 않고, 세상의 변혁을 이끌 새로운 발전 동력인 동시에 기술의 개발과 이를 바탕으로 한 창업, 나아가 인류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지혜의 샘이 되어야합니다.

꼭 대학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받아들일 자세만 돼 있다면 대학이 아닌 그 어떤 곳도 배움의 공간이 될 것입니다. 사람, 책, 여행, 사색...... 앞으로 수험생 여러분들이 경험하는 모든 것이 여러분을 성장시킬 것입니다. 마음껏 경험해 보십시오. 만끽하십시오. 도전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청춘에게 실패란 없습니다. 실패라고 느낀 것도 돌아보면 또 다른 도전을 위한 과정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단 한 순간도 좌절하지 마십시오.

대한민국의 60만 수험생 여러분! 여러분은 모두 인생의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뒤에는 여러분의 도전을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당히 고개를 들고 세상을 향해 큰 걸음을 떼 보세요. 여러분의 진짜 도전이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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