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청현이의 반전있는 일상

 선선한 바람에도 태양 빛은 아직 강하다. 대전 내동 어느 큰 도로에서 조금 경사진 오솔길이 보인다. ‘저 길에 오르면 무엇이 보일까’하는 호기심이 생기는 정겨운 길이다. 살짝 숨차게 오르고 보니, 대전외국어고등학교의 웅장하고 단정한 학교 건물이 보인다.

 이 학교에는 어떤 스타 학생이 숨겨져 있을까 설레는 마음에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미소 가득한 남학생을 만났다.

 “자기소개를 해 주세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는 자신 있는 음성으로 “저는 2001년 O 월 O 일에 서울에서 태어나서 현재 대전외국어고등학교 독일어과 2학년 재학 중인 김청현입니다.”라고 소개했다. “학교에서 청현 군을 우수학생 중 하나로 소개해 주셨어요. 저에게 본인 자랑을 해 주실래요?” 그는 “특별히 자랑할 건 없는데…….”살짝 시간을 끌더니 말을 잇는다. “얼마 전 개최된 독일연방공화국 문화부장관회의 산하 독일교육교류처(PAD) 국제수상자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독일 연수를 다녀왔어요. 지난 6월 27일~ 7월 27일 4주간이었습니다.” 그의 대답에 기자는 “아~ 청현 군은 독일어를 잘하는군요. 축하해요. 여러 언어 중 독일어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축구를 좋아합니다. 15세쯤부터 FC Bayern Munchen 팀을 좋아했는데 그게 독일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어 열심히 하게 되었어요.” 축구 얘기에 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밝고 커졌다.

“그럼 독일어는 15살 무렵에 시작한 건가요? 시작은 어떤 방식으로, 어디서 하셨어요?”라는 질문에 청현 군은 “아뇨. 여기 외고에 입학해 처음 독일어를 배웠어요. 학교 선생님께 배운 것이 전부예요.”라는 천진난만한 어투의 그의 답에 깜짝 놀랐다. 청현 학생은 2학년으로 계산해 보니, 이제 겨우 1년 넘게 독일어를 배우고 있지 않은가. 짧은 기간에 언어 습득을 한 우수한 학생이다. 서울에서 태어났다는 그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래서 질문을 던졌다. “서울에서 태어났으면, 혹 전학을 오신 건가요? 언제 오셨죠?”라는 질문에 반웃음을 지으며 “아, 아니에요. 세 살쯤 대전으로 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전학 이야기를 꺼내어 그랬는지 청현 군은 다녔던 학교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자퇴하고 대안학교를 다녔어요. 그곳에서 6학년 때 또 자퇴를 하고, 집에서 공부하다가, 17살 나이에 맞춰서 여기 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그는 학교생활에 있어, 보통 학생과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다. 도대체 이 우수한 학생을 학교 선생님을 대신해 누가 가르쳐 왔을까? 궁금해 물었다. 그의 대답은 놀라웠다. “가끔 부모님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학원이나 과외선생님 없이 주로 혼자 공부를 했습니다.” 그는 말로만 듣던 자기 주도 학습의 좋은 본보기다.

  국제 수상자프로그램 목적은 특정 절차를 통해 선발된 독일어 성적이 우수한 외국 학생들에게 4주간의 독일 체류를 제공하는 것이다. 90개국에서 독일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에 지원한다. 모든 체류 관련 비용과 항공료는 독일 외무부가 부담하며, 독일교육교류처(PAD)가 이 행사를 주관한다. 선발된 학생들은 각국에서 온 다른 수상자들과 그룹을 이루어 4주 동안 독일에 체류하며, 독일가정과 호텔에 머물며 학교도 다닌다. 이 기간에는 특별 독일어 회화수업이 제공되며, 우리나라는 이번에 이 프로그램에 여학생 2명 남학생 2명으로 총 4명 초청됐다. 청현 군을 제외하고 3명 모두 서울 학생들이다.

  그는 독일 어디를 다녔냐는 질문에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여 본에서 5일 정도 머물렀고, 바이에른에서 2주 정도 홈스테이와 학교생활을 했고 함부르크에서 5일, 베를린에서 5일 머물렀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에 궁금증을 참지 못해 질문을 또 던졌다. “홈스테이나 학교생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해 주세요.” 그는 개 구진 표정을 짓더니 웃으며 말했다. “홈스테이에서 느낀 점......, 독일은 정말 빵을 많이 먹는구나!” 그의 재치에 기자도 함께 웃었다. 청현 군은 “제가 만난 독일인들은 모두 편안하고 친절했어요. 그래서 친숙한 느낌이었죠. 학교 수업은 요일마다 좀 다른데, 12시나 1시, 길어야 3시쯤 끝났고, 수업을 두 시간 한꺼번에 하고 잠깐 쉬는 형태로, 한국 학교와 많이 달랐습니다. 제가 받은 수업은 법, 정치, 문학 등이어서 내용 자체가 좀 어려웠지만, 이해는 했어요.” 라며 그가 말끝에 미소 짓는다.

 독일어를 잘하는 그에게 독일어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독일어는 단어와 단어를 조합해 내가 새로운 단어를 만들 수 있겠다 느낌이 드는 언어입니다. 뭐랄까 다른 언어에 비해 의사 표현이 좀 더 자유롭다고 해야 할까요? 문법구조도 자유로워 자신이 마음대로 바꾸어도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는 또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제가 사실 독일어 내신이 잘 안 나와요.” 청현 군은 참 반전이 많은 학생이다. “다른 과목이 아닌 독일어 점수가 안 나온다고요?”라는 질문에 그는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휴, 제가 외우는 걸 싫어해요. 독일어 문화라는 과목이 있는데, 암기가 잘 안 되어서…….” 솔직하고도 유머러스한 그와의 인터뷰는 유쾌하고, 흥미진진했다.
 그는 앞으로 꿈에 대해 “저는 언어학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대학에서 언어학을 전공하고, 훗날 외국에서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청현 군처럼 바르고 우수한 인재가 세계에 나가 훌륭한 일을 해낸다면, 그는 세상 사람을 돕는 한국인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더불어 우리나라도 빛날 거라 생각한다. 그의 꿈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며, 대한민국을 빛낼 청현 군을 그려본다. 돌아오는 하늘의 태양은 더욱 눈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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