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소중한 것도 흩어져 있으면 사라지고 만다. 매 순간마다 뜨거웠던 공연이지만 남는 것은 팜플릿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곧 기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설혹 좋은 잡지의 표지 인물에 실렸다 해도, 수많은 것의 하나일 뿐이다. 자료로서의 기록적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홍보된 신문 기사나 논평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개인이 아무리 우월해도 역사에 남거나 후

탁계석 평론가/ 비평가 협회 회장
탁계석 평론가/ 비평가 협회 회장

대에서 평가 받는 것은 무한히 어렵다. 대부분 민초의 삶이나 개인 연주가의 행적은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그저 미미하다. 때문에 개인에겐 그토록 소중한 시간과 땀의 결정체인 연주가 지나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를 생각해 본다. 이번 오페라 70주년사의 집필진과 제작자들이 겪은 가장 힘든 것이 자료의 실체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고 내리는 것만으로도 전쟁 치르듯 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록은 개념에도 없었던 것이다. 흩어져 있는 것들은 종국에는 사라지고 만다는 깨달음을 뼈저리게 확인했다.

통합의 힘은 시너지와 정책을 변화시킨다.

발견한 것은 또 하나 있다. 나만 소중하고, 남의 것은 안중에도 없는 솔로주의의 獨走(독주)로 우리 오페라가 달려 온 것은 아닐까. 각자의 보따리 챙기기에도 바빠 자료를 취합하는 것에 관심도, 공간도, 주체도 없었다. 오페라를 보는 관점의 변화,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을 통해 얻는 시너지가 뭔가를 깊이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혼자서는 못해도 단체가 할 수 있는 것이 분명히 한단계 도약시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번 오페라 70주년 행사를 통해 나눠야 할 경험의 공유다. 만시지탄이지만, 차재에 국립오페라단이 직제나 시스템을 바꿔서 명실상부한 국립을 만드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이란 것을 알았다. 오페라 의상, 무대 세트 보관 등 해묵은 과제에다 라이브러리 전문 기능을 新設(신설)했으면 한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한계를 넘어 뉴리더십이 필요하고, 이것이 정부의 정책과도 연계되어야 겠다. 우리가 스스로 하지 않는 한 결코 우리를 돕고 나서는 경우란 없을 것이다.

청소년은 물론 대중의 오페라 감상 늘려야

오페라 70년사'~! 다 묶어 놓으니 힘이 살아나는 것 같다. 과거 탓하지 말고, 누가 잘났다가 아니라 한국오페라의 큰 틀에서 호흡하며 새로운 오페라 역사의 한 걸음 한 걸음이 필요할 것 같다. 나만 살면 그만이란 이기적이고 편협한 인식을 넘어, 긴 안목에서 우리 오페라를 보고 파이를 키우는 작업이 필요함을 오페라 70년사는 일러준다. 책상위에 이 한 권의 역사책 놓아두자. 겸손과 애정으로 우리가 하나가 된다면, 그 묶임의 힘이 곧 역사임을 알아야 한다. 앞으로 이같은 역사 기록을 통해 우리가 보다 안정적이고 쳬계적인 오페라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 오페라에 대한 청소년 관람은 물론 일반 대중들이 고급문화에 가까이 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오페라의 살아 있는 역사가 아닐까 싶다. 세계적인 작곡가들의 명작 한 편 감상하지 못하고 세상을 산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행복이 물질에서 벗어나 더 높은 욕구를 찾을 때 우리의 삶도 여유롭고 풍요해지지 않겠는가. 대한민국 오페라가 된 한국 오페라! 그 역사 행진에 오페라 70년사가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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