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사랑하는 청소년들에게 다름은 커녕 획일적인 진로와 사고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공부, 공부하고 일류대, 일류대하고 청소년들을 욱박지르고 있습니다. 이는 죄악입니다. 이를 타파하자는 것이 ‘청소년 적성 찾기 운동’입니다.” ‘ 청소년 지킴이’ - ‘한국매니페스토 대선 후보’, ‘노르딕워킹 실천가’ - ‘통곡물자연식운동본부 상임대표’ - ‘적성찾기운동까지 70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강지원 변호사. 그를 6년만에 다시 만나 청소년 문제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청소년 지킴이’부터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아직까지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하고 계신지?

▲ 일을 하다 보니 하나 씩 둘 씩 늘어난 것뿐입니다. 젊었을 때 처음에는 단순히 검찰청에 붙잡혀온 비행 청소년들에 관심을 가졌을 뿐이었으나 청소년 문제에는 비행 선도뿐 아니라 전인교육, 적성교육, 덕성교육 등 많은 과제가 있었고, 또 이를 위한 가정, 학교, 사회 환경 등 많은 분야를 연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청소년의 절반은 여자 청소년이어서 이들만이 갖는 성폭력, 성매매 피해 등의 고통을 알게 돼 여성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청소년 중에는 장애아들도 많아 장애인 문제에도 눈을 뜨게 된 것입니다. 자살예방, 정보통신윤리, 사회개혁, 정책중심 매니페스토 운동 등도 모두 하나씩 깨달음이 늘어난 것뿐입니다.

- 그동안 약자의 편에 서서 많은 활동을 하셨는데 특별히 생각하신 바가 있었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 사회적 약자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타고난, 공통적인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어진 마음이 아닌데, 다만 세상살이를 살다 보니 이해관계가 얽혀 제 마음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는 것뿐이 아닌가 싶습니다. 청소년도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약자이고, 각종 처우나 환경이 열악한 이들이나 여러 재앙들의 피해자들도 모두 약자들입니다.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데 보탬을 나누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 아닐까요? 제가 제 돈 벌이만을 목표로 삼지는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사회적 약자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검사로 활동하다 ‘청소년 지킴이’로 변신한 계기가 있다면?

▲ 초임검사 시절 전담업무 중 한 가지가 비행 청소년 담당 업무였는데, 매일 여러 명의 비행 청소년을 조사하고 처분하던 중 한 청소년에게서 뜻하지 않던 반응을 보았습니다. 15살 난 그 청소년은 오토바이인가를 훔쳤다가 체포된 친구였는데, 범죄사실과 관련된 내용들을 물어본 다음 시간이 조금 남았던 탓인지 ‘지금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이 누구니?’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니?’ 하는 등 사소한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눈물을 쏟아 붙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후 입을 뗐는데 뜻밖의 말을 하였습니다. ‘자신의 말을 이렇게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정성껏 진지하게 들어 주신 분이 난생 처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 아이에게서 어떻게 이런 말이 나오게 되었을까? 그때부터 저는 심리학책, 상담학책, 정신분석학책, 심지어 종교학책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탐색은 오히려 제 자신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청소년 폭력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으시다면?

▲ 청소년 폭력성의 근본원인부터 확실하게 깨달아야 합니다. 근본원인을 외면하고 외피적 대책만을 쏟아 붓는다면 무슨 효과가 있겠습니까? 청소년 폭력성 역시 다른 모든 폭력성과 마찬가지로 근본적 원인은 ‘내면의 상처’입니다. 폭력은 곧 상처의 폭발인 것입니다. 바로 이 상처에 도전해야 합니다. 이 상처의 해소와 치유가 가장 큰 과제인데도 그동안 당국은 사건 처리에만 급급했습니다. 방향을 확 바꾸어야 합니다. 사건 처리를 철저하게 할 뿐 아니라 보다 핵심적으로 청소년들을 폭력으로 나아가게 한 그 가슴 속 깊은 곳의 상처의 뿌리를 찾아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청소년들의 가슴 속 깊은 상처는 무엇이겠습니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상처라는 점에서는 똑 같습니다. 따라서 그 상처의 치유방향도 같을 수밖에 없어 따지고 보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청소년들에게 스스로의 상처를 발견하고 이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인도해 주어야 합니다. 상처를 발견하고 상처로부터 벗어나고 나아가 상처를 스승 삼아 깨달음을 얻고 상처를 사랑할 수 있는 길을 지도해야 합니다.

- 변호사님이 생각하는 올바른 청소년이란 어떤 청소년이고 지금 특별히 추진하고 계시는 ‘청소년 적성 찾기 운동’은 어떤 운동입니까?

▲ 흔히들 청소년을 미래의 주인공이라 하지만 사실은 그 이전에 ‘지금 이 순간’의 주인공이어야 합니다. 현재를 유보하고 미래만을 강조하는 것은 잘못된 인생관을 심어줄 소지가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몸과 마음이 튼튼하고 행복한 청소년이어야 합니다. 우선 몸부터 행복한 청소년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몸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온 시각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합니다. 심신일여(心身一如)라는 말이 있듯이 몸과 마음은 동시적으로 하나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몸을 강조하기 위해 저는 요즘 지덕체(智德體)의 순서를 바꾸어 체지덕(體智德)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하고 다닙니다. 그리고 마음에서 중요한 것은 우선 지식과 일거리의 방향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입니다. 저는 단연코 타고난 적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사람은 모두 타고난 적성이 다릅니다. 다른 사람은 다르게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우리 사랑하는 청소년들에게 다름은 커녕 획일적인 진로와 사고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공부, 공부하고 일류대, 일류대하고 청소년들을 욱박지르고 있습니다. 이는 죄악입니다. 이를 타파하자는 것이 ‘청소년 적성 찾기 운동’입니다. 청소년들은 일찍부터 세상의 잘못된 강요에서 벗어나 자신의 타고난 적성을 찾아 자신만의 고유한 마이웨이(My way)를 개척해야 합니다.

- 변호사님의 인생관과 앞으로의 계획은?

▲ 청소년 문제부터 시작한 저의 지적 탐구는 우리네 삶의 전반을 거쳐 우리네 공동체의 문제에 까지 확대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 60이 지나면서 갑자기 드는 생각은 ‘이제 좀 철이 들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어린 아이들에게 해 온 이 말이 뒤늦게 저의 가슴에 울림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철이 든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각자의 생각이 다 다르겠지만 저에게는 그 많은 세파(世波)의 유혹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구도자적 삶’을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삶은 간디나 슈바이쳐 같은 훌륭한 인물들에게만 가능할까요? 아니 우리네 모든 사람들은 노력에 따라 그런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우리 주변에는 그런 분들이 참 많습니다. 저 시골에서 밭을 일구며 싱싱한 채소를 길러 내 놓으시며 자연의 가르침에 순종하시는 분들, 어려운 이웃들과 내 것, 네 것 할 것 없이 함께 돌보고 아픔을 치유해 가며 공동체를 일구어 가시는 분들, 우리가 본받아야 할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 분들을 본받아 우리네 공동체를 ‘구도자적 공동체’로 함께 가꾸어 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하는 깨달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더 들어 지금 물으신다면 저는 ‘철이 좀 더 들어야겠다’고 답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청소년 전문지 고딩럽신문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하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를 잘 인도해 주시는 매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공부에 적성이 맞는 아이들은 공부 지도를 하지만, 글짓기나 문학적 소질이 있는 아이들, 축구에 적성이 맞는 아이들, 미디어 취재나 기술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 등등 많은 다양한 적성을 가진 아이들에게 각자 자신의 적성을 묵살하지 않고 더욱 크게 계발해 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려면 우선 사고방식과 철학을 바꾸는 일에서부터 구체적으로 각종 다양한 체험과 실습을 통해 자신 안에 잠자는 적성을 일깨울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하겠습니다. 많은 성공사례를 찾아내 청소년들에게 전파하고 특히 부모님 세대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부모연수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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