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나누어 먹는 곳이 하나님 나라”
교회는 ‘밥을 나누어 먹는 곳’

박기성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박기성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두부와 관련된 것들입니다. 순두부찌개, 두부전골, 두부조림, 두부구이를 비롯하여 심지어 콩의 부산물로 만든 비지찌개까지 좋아합니다. 하지만 가족 중의 한 사람은 두부와 관련된 이 음식들을 가장 싫어합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두부 요리는 밥상 끄트머리에 위치합니다. 물론 그 끄트머리는 내 자리 앞입니다. 

“함께 밥 먹는 사이”, “한 솥밥 먹는 사이”라서 가족을 ‘식구(食口)’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몇 되지 않는 식구 사이에도 한 음식에 대하여 호불호가 분명합니다. 각자의 기호에 대한 것이니 그것을 ‘편식(偏食)’이라고 지적하면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 게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굳이 유대인의 밥상 개념을 끄집어낸다면, 편식은 “가족의 일체감을 깨뜨리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유대인의 부모는 자녀에게 편식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고기를 먹는 부모 옆에서 자녀들이 생선을 먹는다면, 결국 한 가족이 따로따로 생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즉 같은 음식을 먹어야 가족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내가 두부를 싫어하는 ‘그 식구’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들려집니다. 하지만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는 ‘그 식구’를 매우 사랑합니다. 한편 나 또한 ‘그 식구’가 좋아하는 초콜릿(이것을 음식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을 가장 싫어합니다. 그러니 피차일반(彼此一般)입니다. 

‘밥’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에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예수님 자신이 스스로를 ‘밥’으로 내어 놓으셨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만찬 때에 제자들에게 빵을 나누어주시면서 “먹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마26:26)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을 교회에서는 성만찬의 이름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성도들은 예수라는 밥을 함께 먹는 ‘식구’입니다. 

내가 신학생 시절에 읽었던 <예수 운동과 밥상 공동체>에서 박재순은 교회의 본질을 ‘밥상 공동체’에 두었습니다. 또한 그는 “밥을 나누어 먹는 곳이 하나님 나라”라고 말했습니다. 교회는 ‘밥을 나누어 먹는 곳’입니다. 내가 내 가족의 불편한 밥상 이야기를 꺼낸 것도 ‘편식’에 대해 말하고자 함이 아니라, 사실은 ‘밥’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밥통이 없던 옛날에는 저녁 식사 시간에 가족 중 한 사람이 참여하지 못했으면 그 식구를 위해 밥 한 공기를 따뜻한 아랫목 이불 밑에 묻어 두었습니다. 이불 밑에 묻어둔 밥은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은 그 식구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그만큼 밥 먹는 것은 가족에게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주일 예배가 끝난 후 모두가 교회 문을 나서지 못하고 멈칫멈칫 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가 그 이유를 잘 압니다. 함께 밥을 먹지 못하고 그냥 헤어지기가 왠지 서운하기 때문입니다. 공동식사 시간은 그냥 밥만 먹는 시간이 아닙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서로의 사랑을 나누어 먹는 시간입니다. 교회는 밥상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좋아하는 반찬과 메뉴는 달라도 하나님 아버지를 모시고 그 자녀들이 함께 모여 시끌벅적 이야기를 나누는 밥상이 그립습니다. 

/대전주님의교회 박기성 목사

저작권자 © 원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