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경제학 박사 /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민경기 경제학 박사 /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민경기 경제학 박사 /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세계화(Globalisation) 역사의 세 가지 특징 

FDI(외국인직접투자)와 무역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세계화의 지난 역사에는 대략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FDI와 무역이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무역이 증가하면 FDI도 증가했다. 1990년부터 2019년까지 지난 30년간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 통계 기준, 글로벌 FDI(외국인직접투자)는 연평균 7.2% 규모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수출도 연평균 6.0%의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였으며, 이 시기 FDI와 수출의 상관계수는 0.8745로 강한 양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참고로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강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이를 통해 지난 30년간 장기적 관점에서 세계화가 진전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30년간 FDI 추이
최근 30년간 FDI 추이

두 번째는 세계화가 거대한 주기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계화의 주기에 대해서는 많은 이론이 존재한다. 15세기 지리상 발견 이후 크게 다섯 번의 주기를 거쳐왔다는 이론에서부터 산업혁명 이후 영국이 주도한 세계화와 제1·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로 구분하는 등 다양한 이론이 있다. 세계화의 주기에 대한 많은 이론의 존재는 어쨌거나 세계화가 특정한 주기를 갖는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1, 2차 세계화는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먼저, 1차산업혁명 이후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무역·투자·공업화 확대에 의한 상승세를 1차 세계화라고 정의하고, 1차 세계화는 1914년에서 1945년 사이의 세계대전으로 중단되었다고 말한다. 다음으로 2차 세계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의해 주도된 세계화로 1980년 이후 정점을 이루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위기를 맞았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세 번째는 통합 정도가 2차 세계화 시기에 더욱 높았다는 것이다. 
1차 세계화 시기보다 2차 세계화 기간의 통합 수준이 더욱 높았다는 것이다. 2차 세계화 기간에 세계 경제는 1차 세계화 시기보다 더욱 넓게 다양한 영역에 걸쳐 그리고 복잡하게 통합되었다. 지금은 상식처럼 이야기되는 JIT(적시생산방식)나 SCM(공급망관리) 등의 개념이 정립되고, 전파되며 이러한 트렌드가 더욱 확산되었다. 

세계화의 부상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의 세계화는 중국의 개방, 소비에트 제국의 몰락, 인도의 자유화, 우루과이 라운드에 의한 무역 자유화, WTO(세계무역기구)의 창설과 중국의 가입 등의 사건으로 더욱 촉진되었다. 

세계화의 결정적인 동력은 물류와 통신의 혁신에 있었다. 19세기 1차 세계화에는 철도, 증기선과 전신 케이블이 물류 및 통신의 혁신을 일으켰다. 그리고 20세기 2차 세계화 시기에는 트레일러와 컨테이너 선박과 항공기 그리고 전화와 인터넷이 물류와 통신의 혁신을 주도했다. 

획기적으로 개선된 통신 기술과 빠르고 저렴한 운송을 통해 GVC(글로벌공급망)를 성공적으로 관리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세계화는 경제적으로 무역과 FDI를 통해 수십억 명의 저소득국가 노동자를 세계 경제에 통합시켰다. 효율성의 극대화를 강조하는 더욱 확장된 GVC가 전 세계 기업의 무역과 FDI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세계화의 정점

세계화는 세계 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19세기 이후 처음으로 불평등의 감소를 가져왔으며, 극심한 빈곤에 처한 세계 인구의 비율을 급격히 감소시켰다. 그러나 세계화는 확장된 GVC로 인해 선진국 노동자들이 저소득국가의 노동자들과 경쟁을 하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 효율성을 중시한 생산거점의 이동으로 저소득국가의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선진국 노동자가 생겨나기도 했다.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대불황(Great Recession)을 맞이하게 되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는 세계화의 전환점(Turning Point)이었다. 다행히 세계화의 수준은 세계대전으로 급격히 중단된 1차 세계화와 같은 붕괴를 맞지는 않았다. 그러나 금융위기 전·후로 무역과 FDI 그리고 세계 경제 발전 속도는 엄청난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전·후 글로벌 FDI, 수출, GDP 추이
글로벌 금융 위기 전·후 글로벌 FDI, 수출, GDP 추이

이러한 변화 속에 GVC의 확산은 제약을 받게 되었다. 선진국 노동자와 저소득국가 노동자 사이의 임금 격차 감소로 생산거점 이전의 명분이 약화 됐다. 급기야는 일자리를 잃은 선진국 노동자의 표를 겨냥한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가 출현하기도 했다.

탈세계화(Deglobalisation)의 시작

세계화의 반기를 든 탈세계화의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의 브렉시트였다. 그러나 훨씬 더 파괴력이 있는 탈세계화의 시도는 트럼프 美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WTO는 2020년 세계 상품 거래량이 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두 번째로 큰 감소 규모이다. 

코로나19 이후 탈세계화는 더욱 촉진될 것인가? 아니면 세계화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며 확대될 것인가?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확장되어 복잡하게 구축된 효율성 지향 GVC의 위험성을 다국적 기업과 각국 정부에 인식시켜 주었다. 그렇지만 경제봉쇄(Lock Down) 사태가 발생할 때 자국 內 생산도 절대적으로 안전한 것만은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코로나19는 다국적 기업과 각국 정책 입안자들에게 생산과 공급은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으며, 이러한 중단 상태에서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점을 명확히 각인시켜 주었다. 이러한 인식하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 GVC는 복원력(Resilience)을 중시하며 더욱 견고하게 구축될 것이다. 

World Merchandise Trade Volume, 2000~2021
World Merchandise Trade Volume, 2000~2021

세계화(Globalisation)의 미래, 새로운 여정의 시작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일정 기간 국가의 역할은 강화될 것이고, 보호무역주의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지나치게 확장된 GVC에서 벗어나 RVC(지역가치사슬)을 중시하는 흐름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 우리나라가 체결한 RCEP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과거와 마찬가지로 시장(Market)과 경제는 정치를 능가한다. 더욱이 우리는 우리 주변에 구축·강화된 놀라운 디지털 인프라를 고려해야 한다. 전 세계와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유례없이 높은 수준을 달성한 제4차산업혁명 시대에 그 활용 기회를 혁신적 기업가와 시장(Market)이 언제까지나 무기한 차단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화는 또 다른 미래를 찾아갈 것이다.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컨테이너 선박을 이용해 해상무역의 획기적 증가를 이뤄낸 것처럼 또 다른 형태를 찾아갈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 저항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마침내 세계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진전을 이뤄낼 것이다.

※ 본 칼럼은 영국 Financial Times 계열의 ‘fDi Markets’에 실린 ‘The future of globalisation in the real economy’ (Dec. 4, 2020)를 참고하여 작성한 글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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