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 전 MBC앵커
김헌태 전 MBC앵커

모처럼 마스크 없는 수능이 끝났다. 다행히 극심한 강추위는 없었지만, 쌀쌀하고 비가 내렸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6일 전국 84개 시험지구 1,279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올해 수능에는 작년보다 3,442명 줄어든 50만 4,588명이 원서를 접수했다. 이 가운데 재학생은 32만 6,646명(64.7%)으로 지난해보다 2만 3,593명 줄었다. 킬러 문항이 배제되고 공교육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 난이도 문항을 고루 출제했다는 수능출제위원장의 브리핑도 있었다. 매년 치러지는 수능이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킬러 문항이 배제된 올해 수능에서 수험생들은 그 어느 해보다 부담을 크게 덜었다. 그래서 그런지 졸업생과 검정고시 등을 합한 지원자 비율은 35.3%로, 1996학년도(37.4%)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재수생 증가 추세 속에 킬러 문항 배제 방침으로 상위권 대학생들이 '반수'에 가세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 수능의 새로운 풍속도다. 그동안 수능을 준비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노고에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성적표는 오는 12월 8일 수험생들에게 배부된다. 이제는 진인사대천명의 심경으로 기다리면 된다. 늘 그렇듯이 최선을 다하고도 아쉬움이 남는 것이 시험이다. 시험을 잘 치른 수험생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능을 잘 치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수험생들의 실망감은 매우 클 것이다. 시험을 치르고 나면 어느 정도 자신의 수능성적이 나올지는 가늠할 수 있다. 수능성적의 고하를 막론하고 그동안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수험생들은 자신감을 느끼고 본고사에 대비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실망하거나 자포자기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수능이 끝난 이후 자신에 알맞은 대학 진학을 위해 다시 일어서야 한다. 대학입시를 위한 관문이자 과정이 수능일 뿐이다. 어떤 시험이든 모두가 만점자일 수는 없다. 그래서 난이도가 있고 변별력이 있는 것이다. 자신에 맞는 점수로 진학할 수 있는 대학을 선택하고 본고사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시금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입시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최선을 다해 수능의 관문을 넘어섰다. 생각처럼 성적이 미치지 못했다 하더라도 실망은 금물이다.

수험생에게 구애하는 용어를 담은 정당의 현수막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정당들도 수능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은 대부분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로 귀하신 몸임을 아는 모양이다. 이들이 내년이면 만 18세 이상이 되어 투표 연령이기 때문이다. 대학생도 되지만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 나서는 인물들이다. 이들을 향한 현수막이 거리마다 장식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 5달도 채 남지 않은 내년 총선의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오로지 수능을 향해 달려온 수험생들에게는 아직 낯설게 다가서고 있지만 새내기 유권자들을 향한 출마예상자들의 구애 작전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하지만 대학을 진학해 내년 3월 새 학기를 시작하게 되는 수험생들에게는 이제 등록금을 비롯해 향후 취업 문제 등 진로 문제가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대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외면당할 것이다. 청년 세대들에게 다가서는 진정한 정책이 없이는 이제 선택받을 수 없다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수능 끝난 고 3 수험생들은 대학도 진학하고 곧바로 총선에서 투표권도 행사하는 귀하신 몸임이 분명하다.

수능 이후 가장 우려되는 것도 있다. 수능시험을 치르고 나면 수험생들이 긴장감이 풀리고 해방감에 젖게 된다. 자칫 들뜬 분위기에 젖어 일탈하기 쉬운 시기다. 수능 이후 자칫 본의 아닌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된다. 혈기 왕성한 10대 후반의 젊은 시기임을 고려하면 생활지도가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이는 매년 지적해오는 사안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본고사를 앞두고 차분하게 다음을 준비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자칫 우발적인 사안이 발생하여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는 일이 없도록 유념해야 한다. 젊은 세대들의 자유분방함이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되어 수능 이후의 건전한 일상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학부모를 비롯해 학교와 사회 모두가 함께 삼위일체가 되어 함께 힘을 쏟아야 한다. 청소년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선제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청소년 유흥업소 출입 금지 준수 여부와 청소년 고용금지 위반, 노래방·PC방 등 청소년 출입 불가 시간 위반행위(밤 10시 이후), 청소년 대상 유해 약물(주류, 담배 등) 판매행위, 유해 불법 광고 선전물 배포행위 등 유해환경으로부터의 사전 차단이 중요하다. 단속은 물론 계도 활동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들의 일탈행위를 사전 차단하는 예방 활동이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안전하고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문화예술공연이나 건전한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 수험생들도 수능은 끝났지만 이제 새로운 내일을 향한 출발이 다시 시작됐다는 것을 깨닫고 소중한 시기를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내년에 나라 일꾼을 뽑는 투표권을 가진 귀한 몸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입시에서도 아름다운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저작권자 © 원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