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대전시 효 인성 교육 강사협회 회장
김영기 대전시 효 인성 교육 강사협회 회장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냐‘

불과 세 행으로 된 안도현 시인의 짧은 시인데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강하다.

톨스토이는 ‘세 개의 문’이란 글에서 ‘행복론’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첫째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시간은 현재다. 둘째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은 현재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 셋째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현재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일이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스스로, 올 한해 나는 타인을 위해 어떤 선행을 베풀었나를 잠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고, 새해엔 나와 내 가족을 챙기고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를 향해 이타적인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면 좋겠다.

가파른 언덕 비좁은 골목을 끼고 있는 달동네에 시각장애인 부부가 살고 있다. 골목들이 얼마나 비좁은지 그리고 얼마나 어두운지 해만 지면 미로 같은 골목길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일어나곤 한다. 그런데 그 한 모퉁이,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집 앞에 언제나 환한 외등이 켜져 있다. 그 집엔 앞을 못 보는 부부가 살고 있다. 마음에 불을 켜고 서로의 눈이 돼 주는 아내 그리고 남편, 그들에게 불빛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지만 매일 저녁 해가 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외등을 켜는 것이다. 방안에서 쉬고 있다가도 아내는 남편에게 한 가지 확인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당신, 외등 켰죠?” “그럼, 그걸 잊을 리가 있나.” 볼 수도 없는 등을 켜는 일. 그것은 혹 이웃들이 어두운 골목에서 넘어지거나 다치지 않을까 염려하는 시각장애인 부부의 배려다.

가파른 달동네에 흰 눈이 소복소복 내린 새벽, 언덕 꼭대기에 사는 손수레 아저씨가 연탄재를 가득 싣고 시각장애인 부부가 사는 집 앞 문 앞에서 큰길까지 연탄재를 뿌렸다. 앞 못 보는 부부가 눈길에 미끄러지면 어쩌나 염려가 돼서다. 손수레 아저씨가 큰길까지 미끄럽지 않게 뿌린 그 연탄재는 이른 새벽, 문밖에서 싸락싸락 들리던 발걸음 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길이 왜 미끄럽지 않은지 부부는 알고 있다. 시각장애인 부부에게도, 손수레 아저씨에게도 골목 안집에 홀로서는 할머니도 그해 겨울은 참 따뜻했다. 이런 세상이 바로 봉사의 마음이 만들어 가는 행복한 세상이다.

그러므로 작은 선행과 봉사가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사람의 운명을 바꾸어 놓기도 하고 절망 가운데 허덕이는 사람에게 새로운 힘과 용기가 되어 그들의 인생을 재건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자원봉사는 여유가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마음만 있으면 삶의 현장에서 할 수 있다. 돈이나 물품이 아니라도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타인을 향해 베풀고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 된다. 건강한 육체를 가지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봉사가 다수 이긴 하지만, 현대인은 물질보다 정신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많아 그들에게 정신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봉사는 나이가 든 어른이 인생에 경험이 많아 적합할 수도 있고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어도 충분히 자원봉사 할 수 있는 봉사도 있다.

타인으로부터 봉사를 받아 보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스스로 타인에게 자기가 가진 지식이나 재능을 가지고 봉사하면 보람과 기쁨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학교 교육보다 중요한 것이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배우는 사회 교육이다. 사회 교육의 기초가 바로 인성 교육인데 인성 교육은 말과 동시에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야 신뢰를 얻을 수 있고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그 방법 중 가장 하기 쉽고 효과가 큰 인성 교육은 자원봉사라고 해도 억지는 아니다.

많은 것을 가지려고 애쓰는 사람보다는 이미 있는 것의 가치를 헤아릴 줄 아는 사람, 산을 오를 때는 제일 앞서가기보다는 뒤에 처진 이와 동행 할 줄 아는 아름다운 마음이 조금 늦게 산을 오른다 해도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좋겠다. 행복은 욕심을 가지고 혼자만 가지려고 하면 신기하게도 줄어든다고 한다. 내 행복을 이웃과 사회를 향해 나누며 사는 자원봉사자가 많은 행복한 도시 대전시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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